How can we make microbots?
오늘 아침 아들램과 오랜만에 Big Hero 6 영화를 보는데, 이런 질문이 들어 왔다.
“Daddy, how can we make microbots?”
“Well, I’ve never thought about it before…
Then, let’s think about it just a little bit.”
여기에서 이 just a little bit이 나름 시사하는 바가 꽤 큰데(?), 이 이야기를 lead할 나도 mechatronics, 또는 robotics engineer가 아닐뿐더러, 5세, 7세 두 아이가 지루해하지 않는 선에서 그들의 사고를 일정 부분 확장시켜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이 포스트는 그 경험에 대한 개인적인 기록.
1. Battery
배터리에 대한 개념은 수 많은 장난감들을 통해(?) 아이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다. 아니, 보다 분명히 해보자면 ‘배터리에 대한 개념’ 이라는 설명은 꽤 모호하겠고, ‘일부 장난감들은 배터리라 불리우는 것을 내부에 가지고 있고, 때때로 이를 교체해주어야 정상 동작한다.’ 정도로 배터리에 대해 알고 있다. 전하의 존재, 그 흐름, 용량(capacity) 등에 대한 개념을 탑재한 것은 아니니.
영화 속 이 작은 마이크로봇도
- 상시 전력이 공급되는 형태가 아니다보니 역시 필수적으로 내부에 배터리가 필요하겠다.
- 이렇게 작은 봇을 위해서는 참 작은 배터리가 들어갈 수밖에 없겠구나.
- 저렇게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는데 작은 배터리로 과연 얼마나 오래 동작할 수 있을까?
- 어쨌든 에너지는 고갈될 텐데 저 수 많은 봇들을 어떻게 충전해야 좋을까? (특정 scene 때문에 더 이야기해보게 되었는데, 이 봇들은 완전 방수가 되기 때문에 충전 단자가 외부로 완전히 노출될 수 없고, 고무 패킹 같은 것을 대어 개폐하는 식으로도 한계가 있으니 무선 충전만 지원할 수 밖에 없을까? 같은 이야기들)
- 의료계에서 인체 내부에 투입하는 나노봇은 더 소형인데 이런 케이스들을 들여다보면 더 재밌겠다.
아이들에게 나름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들을 던져준 후, 참 아이다운 창의적인 답변들을 듣는 시간들은 내게도 너무 행복한 시간이다.
2. Magnetism
인류는 역사 속에서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경외시해왔고, magnetism은 판타지 콘텐츠에서 항상 그런 어떤 magic을 담당하는 주요 소재가 되어준 듯 하다.
드래곤볼에서의 에네르기파(literally, energy wave)라든지, 스타워즈의 force도 뭔가 이와 맥을 같이 하는데, 어쨌거나 대-충 자성을 부어주면 그럴 듯 해보이는 역할인 것이 마치 요즘 A.I.를 대-충 부어주면 현실 세계에서도 이런 저런 미래 기술들이 모두 가능할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것과 유사한…
물론, 애초에 만화라서 가능한 요소들을 상당 부분 배제하고 생각해봐야겠지만 가령, 베이맥스가 히로 집에 하나 남은 마이크로봇을 가지고 빌런의 마이크로봇 제조 공장까지 트래킹해보는 장면에서는 아이들마저도 ‘저게 과연 자성일 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된다. 주변에 온갖 전자기기들, 전차, 자동차 등을 다 제쳐두고 저 멀리 최소 수 백 미터 멀리 있는 공장 내부의 친구 봇들을 좇아 계속 꿈틀대는 마이크로봇.
나는 개인적으로는, 수 km까지도 range가 나와주는 LoRa 같은 네트워크 기술이 떠오르긴 했다. 저 꿈틀댐은 그러니까 자성에 의한 움직임이 아니라, 수 백 미터 밖에 있더라도 동일한 namespace의 network에 연결된 개별 node들이 그 pairing되는 시점에 군집(cluster)이 모여 있는 지점 또는 방향(이러려면GPS도 있어야겠구나)을 가리키는 정도의 움직임일 수는 있을까(..) 정도.
아이들이 조금만 더 크면 추가로 강자성(ferromagnetism), 반자성(diamagnetism), 상자성(paramagnetism) 정도는 이야기 나눠봐도 좋을 것 같다.
3. Material
작고 어두운 색이어서 그런지 사실 외형만으로는 물질의 강도를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엄청 단단할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딱히 표면에 볼트도 안 보이고 분해가 불가능해보이는데, 해머로 한 번 으깨서 내부를 보고 싶다(..)
영화를 보면 이 빌런이 마이크로봇을 활용해 바다를 건너 선착장에 상륙한다. (이 때, 이미 빌런이 바다 건너 어느 섬에 숨어 있을 수 있겠다는 것을 눈치챘어야 됐는데) 마이크로봇은 완전한 수준의 방수를 이뤄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이 재료 선택 및 케이스 가공에 고려되어야겠다.
앞서 언급했던 자성도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게, 도전율(conductivity), 투자율(permeability), 유전율(permittivity) 따위의 개념을 차치하고 가볍게 생각하더라도, 봇 내부에 존재하는 자성체를 겉의 케이스를 통해 완전히 차폐해버리거나, 또는 봇 표면이 강한 자성을 띠도록 만드는 데 비협조적인 케이스여서는 곤란하겠다는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다. 엑스맨에서도 마그네토를 괜히 특수한 감옥에 가뒀겠는가?
4. Network
우리 아이들이 직접 경험한 네트워크의 예로는 RC car가 있다. 뭔가 remote-controlled car일 것 같지만 radio-controlled car이고, 대개의 경우 27MHz 또는 49MHz를 사용한다는데 최근에는 Wi-Fi와 같은 2.4GHz 대역을 사용하는 것도 흔하다고 한다.
기지국 없이 노드들끼리만도 서로 네트워크를 이루고 데이터(e.g. 개별 노드들의 위치)를 공유해야 될 것 같은데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그림은 Ad-hoc / Mesh network이다. 저전력 장거리 통신이 가능하면서 전파의 회절성이 좋아야 될 것 같아서 최초에는 LoRa Mesh 같은 게 떠올랐는데, LoRa는 필연적으로 gateway를 필요로 하지 않나? gateway 없이 Zigbee처럼 말단 node들만으로 mesh를 이룰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또 다시 material 이야기를 해야 될 것 같은데, 외부에 딱히 노출된 외장 안테나 따위는 보이지 않으므로 케이스 내부에 있는 안테나를 통해 외부 근거리 기지국 없이도 장거리 통신이 이뤄져야겠고, 케이스가 이 전파를 완전히 차폐해선 곤란하겠다.
역시 이 모든 요소들, 그러니까 전력 공급, 케이스 디자인, 재질의 물성, 네트워크 디자인 등이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연결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transceiver가, 필요한 만큼 sleep (power saving)하지 못 하고 power consumption이 너무 늘어나게 되면 battery capacity를 늘이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데, 그럼 봇 전체 중량도 늘어나게 되고, 그 중량을 이끌어 단체로 shape forming할 때 더 큰 에너지(자성)가 필요할 것이다. 드론의 케이스랑 유사한 것 같은데, 장거리 비행을 위해 배터리 용량을 늘이면 드론이 무거워지게 되고, 그 무거워진 바디를 띄우기 위해 더 강력한 프로펠러가 필요하게 되고, 그러면… 의 악순환이 떠오른다.
5. Swarm
직업 특성 상(?) docker swarm, k8s 같은 container orchestration이 먼저 떠오르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마이크로봇의 가장 두드러지는 key feature인 것 같다. 물론, 히로가 생각만으로 커맨드를 내리는 BCI (Brain-Computer Interface) 부분도 매우 흥미롭고 대단하지만(이것만으로도 참 거대한 기술 꼭지), 그것과 별개로 다수의 로봇이 동시에 산발적으로 커맨드를 수행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영화 후반부까지도 빌런과의 대결, 대부분의 화려한 액션 비주얼(?)은 이 microbots’ swarm이 담당하고 있다.
이 쪽은 시각적이기도 하고, 자료가 많아서 아이들 반응도 아주 좋았는데, 몇 영상을 남겨둔다.
마치며
처음에는 큰 아들램의 정말 단순한 질문에서부터 시작된 대화였지만, 나도 설명해주면서 컨텍스트를 기술 쪽으로 각 잡고(?) 영화를 재시청하면서 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 했던 포인트들이 새로 보였고, 더 적극적으로 가족 영화 시청 액티비티에 집중하면서 아이들과 이런 저런 많은 대화들을 나눌 수 있었다.
벌써부터 다음 가족 영화 시청이 기다려진다. 흠, 또 뭐가 괜찮으려나.